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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리뷰 (기억, 불멸, 정체성)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피니트》를 처음 틀었을 때 저는 그냥 마크 월버그 나오는 무난한 SF 액션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면, 그게 정말 축복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설정은 흥미로웠고, 그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전생 기억이라는 설정,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일반적으로 환생(reincarnation)이라는 소재는 가볍고 판타지적인 방식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환생이란 죽은 뒤 다른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개념을 말하는데, 대부분의 이야기에서는 이전 삶의 기억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처리합니다. 백지상태로 새 삶을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인피니트》는 달랐습니다. 이 영화 속 인..

카테고리 없음 2026. 9. 9. 11:07
체리 영화 리뷰 (추락 서사, 약물중독)

사랑 때문에 군대에 간 남자가 왜 은행을 털게 됐을까요. 《체리》를 처음 틀었을 때 저도 그 연결 고리가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 남짓을 따라가고 나니, 이 영화가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한 청년이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무너지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었습니다. 추락 서사 — 악인이 아닌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는가《체리》는 니코 워커의 자전적 실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플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루소 형제가 연출을 맡았고, 톰 홀랜드가 주인공 체리를 연기하기 위해 13kg을 감량했습니다. 영화 제목 '체리(cherry)'는 전쟁터에 막 투입된 풋내기 신병을 뜻하는 군대 은어입니다. 주인공에게 고유한 이름이 없는 것도 의도적 설계로, 그가 ..

카테고리 없음 2026. 9. 7. 15:01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폭력, 복수, 형태)

톰 홀랜드, 세바스찬 스탠, 로버트 패틴슨이 한 영화에 모였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대감이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든 첫 감정은 기대했던 통쾌함이 아니라 묘한 허무함이었습니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런 영화입니다. 화려한 캐스팅 뒤에 아주 불편한 질문을 숨겨두고 있는 작품. 믿음이 폭력으로 변하는 순간일반적으로 종교 영화라고 하면 신앙이 사람을 구원하거나 타락시키는 단순한 이분법 구도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공식과 전혀 다르게 움직입니다.윌러드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악인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전쟁 이후 깊은 상처를 안고 돌아온 사람, 아내를 사랑하고 아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그런데 아내 샬롯이 암으로 쓰러지자 그의 절박함은 점점..

카테고리 없음 2026. 9. 7. 13:43
비닐하우스 (현실감, 김서형, 파멸)

영화 《비닐하우스》는 한 번의 사고가 연쇄적인 거짓말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아들과 함께 살 집 하나를 바라는 요양보호사 문정이 그 소박한 꿈을 지키려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엔 범죄 스릴러라고 예상하고 봤는데, 다 보고 나서 남은 건 긴장감보다 오래된 답답함이었습니다. 《비닐하우스》스릴러보다 먼저 느껴지는 현실감제가 《비닐하우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생각보다 숨 막히는 스릴러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사건은 계속 벌어지고 문정은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립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범죄영화처럼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재미보다 "이러다 정말 끝이 없겠는데" 하는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문정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치매를 앓는 노인을..

카테고리 없음 2026. 9. 6. 08:36
정보원 (허성태 조복래, 범죄코미디)

솔직히 처음엔 제목만 보고 꽤 묵직한 범죄 스릴러를 예상했습니다. '정보원'이라는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잠입수사, 배신, 긴장감 넘치는 추격 같은 장면들을 떠올렸거든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무거운 영화를 각오하고 들어갔다가 예상 밖의 웃음을 마주한 경험, 그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허성태·조복래 케미, 이 영화의 진짜 무기《정보원》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기억에 남은 건 사건의 결말이 아니었습니다. 오남혁과 조태봉이라는 두 인물이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재미있게 느낀 건 두 사람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점이었습니다. 허성태가 연기한 오남혁은 한때 잘 나가던 형사였지만 지금은 수사에 완전히 지친 사람입니다. 강등까지 당한 뒤에는 거창한 정의를 좇기보다는 어떻게든 한..

카테고리 없음 2026. 9. 4. 00:10
미스매치 (관계 오류, 기억상실, 가족 코미디)

솔직히 저는 예고편을 보면서 '또 기억상실 소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미스매치》는 기억을 잃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를 잘못 기억하는 이야기였고,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가장 오래 남은 건 웃긴 장면이 아니라 '나는 가족에게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기억상실이 아니라 관계 인식 오류가 핵심이다《미스매치》의 설정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조금 익숙하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는 워낙 많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이 작품이 기억상실을 사용하는 방법은 조금 달랐습니다. 봉수는 계단에서 굴러 사고를 당한 뒤 깨어나지만, 단순히 과거를 잊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은 기억..

카테고리 없음 2026. 9. 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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