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을 잡았는데 왜 마음이 더 무거워질까요.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을 다 보고 나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이 그랬습니다. 아동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두 소녀의 서로 다른 진술이 충돌하는 구조인데, 미스터리가 풀릴수록 오히려 찝찝함이 쌓였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 단순한 범인 색출이 아니라는 걸 후반부에야 실감했습니다. 심리 스릴러인데 액션이 없다, 그게 오히려 무서웠습니다《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은 제가 기대했던 것과 꽤 달랐습니다. 속도감 있는 추격이나 자극적인 장면 대신, 인물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충돌 자체가 긴장감이 됩니다. 영화는 7년 전 11살이었던 로니와 앨리스가 아기 올리비아를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로 소년원에 수감되는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 불이 꺼지자마자 취조실 장면부터 시작되는 오프닝을 보면서, 전작의 그 날카로운 긴장감이 그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 보고 나니 드는 감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허치 맨셀은 여전히 강했고, 액션은 더 커졌는데, 왜인지 처음 봤을 때의 그 전율은 한 템포 줄어 있었습니다. 《노바디 2》가 왜 그런 영화인지,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것들을 근거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액션 분석: 더 커진 스케일, 달라진 문법《노바디 2》의 액션은 전작보다 확실히 규모가 커졌습니다. 워터파크, 오리배 선착장, 오락실까지 관광지 특유의 개방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오리배 위에서 벌어지는 격투였는데, 좁고 불안정한 공간에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아들이 사라진 뒤로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생각보다 훨씬 오래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엑스테리토리얼》은 미국 영사관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전직 특수부대원 엄마가 실종된 아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적 장치를 스릴러 액션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설정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가스라이팅이 스릴러가 되는 순간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장면은 액션이 아니었습니다. 사라가 "제 아들이 여기 있었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영사관 직원들이 "그런 아이를 본 적 없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CCTV에서도 흔적이 없고, 심지어 사라의 엄마마저 딸을 의심합니다.여기서 영화가 ..
누군가에게 쫓긴다면 제일 먼저 경찰서로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영화 《캅샵》을 보고 나서 그 믿음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전쟁터가 되는 상황, 이 영화는 바로 그 아이러니 하나로 시작해서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밀실 긴장감 — 경찰서라는 공간이 만드는 압박영화를 보기 전에는 제라드 버틀러와 프랭크 그릴로가 도심을 누비며 총격전을 벌이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이야기의 대부분이 작은 소도시 경찰서 안에서만 진행됩니다. 처음엔 '이게 좀 답답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캅샵》이 택한 전략은 밀실 스릴러(Closed-Space Thriller)에 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슬퍼할 틈도 없이 그 사람의 비밀을 혼자 파헤쳐야 한다면 어떨까요. 러시아 스릴러 《모탈 어페어》를 보고 난 뒤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연인의 죽음, 위작 범죄 조직,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도주. 예상보다 훨씬 묵직하게 남는 영화였습니다. 연인의 죽음 — 슬퍼할 시간도 없이 시작된 도주저는 원래 범죄 스릴러를 고를 때 '주인공이 얼마나 강한가'를 먼저 봅니다. 그런데 《모탈 어페어》의 주인공 샤샤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진작가로 살아가며 약혼자 안드레이와 평범하게 미래를 꿈꾸던 여성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됩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이 영화의 첫 5분이 꽤 잔인합니다. 슬픔을 받아들일 틈 자..
솔직히 저는 《추룡》을 보기 전까지 견자단이 악역을 연기하는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액션 히어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였는지, 그가 암흑가의 보스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오히려 이 작품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홍콩 느와르(noir), 즉 부패와 폭력이 뒤섞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 장르 영화라는 점도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견자단이 연기한 오세오, 악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추룡》의 배경은 1974년 이전의 홍콩입니다. 이 시기는 홍콩 역사에서 '암흑기'로 불리는 시대로, 경찰 조직 내 구조적 부패(structural corruption)가 일상화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