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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 불이 꺼지자마자 취조실 장면부터 시작되는 오프닝을 보면서, 전작의 그 날카로운 긴장감이 그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 보고 나니 드는 감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허치 맨셀은 여전히 강했고, 액션은 더 커졌는데, 왜인지 처음 봤을 때의 그 전율은 한 템포 줄어 있었습니다. 《노바디 2》가 왜 그런 영화인지,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것들을 근거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액션 분석: 더 커진 스케일, 달라진 문법
《노바디 2》의 액션은 전작보다 확실히 규모가 커졌습니다. 워터파크, 오리배 선착장, 오락실까지 관광지 특유의 개방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오리배 위에서 벌어지는 격투였는데, 좁고 불안정한 공간에서 칼까지 등장하는 구도가 꽤 영리했습니다. 허치가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고 물고기가 그걸 삼키는 장면은 잔혹하면서도 묘하게 코믹합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액션 연출 방식에 핵심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임프로바이즈드 컴뱃(Improvised Combat)입니다. 임프로바이즈드 컴뱃이란 주변에 있는 일상적인 사물을 즉흥적으로 무기로 활용하는 격투 스타일을 말합니다. 훈련된 격투기 동작보다 훨씬 날 것의 느낌이 나고, 허치라는 캐릭터의 '억눌린 본능'과 잘 어울립니다.
티모 타잔토 감독의 연출은 이 임프로바이즈드 컴뱃을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깔끔하게 처리하기보다는 맞고, 부딪치고, 넘어지다가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입니다. 허치가 싸울 때 생존 본능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출처: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컨센서스 역시 오덴커크의 액션 연기와 환경을 이용한 격투 동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전작의 버스 씬처럼 허치가 혼자 여러 명을 상대하는 '밀실 격투' 구조가 2편에서는 조금 희석되었습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긴장의 밀도가 분산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스펙터클은 커졌지만, 전작의 그 답답하도록 좁고 폭발적인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졌습니다.
캐릭터 분석: 허치 맨셀과 가족 서사의 가능성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이 바로 허치라는 인물입니다. 전작의 허치는 정체가 숨겨진 캐릭터였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아저씨가 사실은 엄청난 전투 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반전, 즉 언더커버 아이덴티티(Undercover Identity) 구조가 핵심 재미였습니다. 언더커버 아이덴티티란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능력과 과거를 숨긴 채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서사 장치를 말합니다.
2편에서는 이 장치가 이미 소진됐습니다. 가족도, 관객도, 허치가 어떤 사람인지 압니다. 그래서 영화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사람도 평범한 아버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제가 직접 보면서도 이 질문이 꽤 오래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허치는 사람을 처리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가족과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는 데는 서툽니다. 핫도그 가게에서 옛 기억에 잠기는 장면이나, 아내와의 대화에서 계속 답을 피하는 모습이 그걸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질문을 충분히 파고들지 않습니다. 출처: 로저이버트닷컴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허치의 가족관계와 일 사이의 갈등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그 가능성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채 결국 다시 액션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가족 서사가 액션을 정당화하는 트리거(Trigger), 즉 사건을 촉발시키는 장치로만 기능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보다 허치가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는 건 솔직한 감상입니다. 강하다는 사실보다 가족과 함께하려고 어색하게 애쓰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게 이 캐릭터를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힘입니다.
《노바디 2》속편 완성도: 샤론 스톤의 악역과 전작 대비 평가
샤론 스톤이 연기한 랜디나는 꽤 특이한 포지션의 빌런(Villain)입니다. 빌런이란 서사 안에서 주인공의 목표를 가로막고 위협을 가하는 대립 인물을 뜻합니다. 전작의 악역이 냉정하고 묵직한 무게감으로 압박감을 조성했다면, 랜디나는 과장된 언행과 즉흥적인 분노로 캐릭터를 만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사람이 진짜 위협적인 악당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전체 맥락에서 보면 이 선택이 나름 납득됩니다. 《노바디 2》는 진지한 범죄 스릴러보다 액션 코미디(Action Comedy)에 가까운 톤을 유지합니다. 액션 코미디란 격렬한 신체 액션과 유머 코드를 함께 활용해 오락성을 극대화하는 장르 혼합 방식입니다. 그 톤에서 랜디나의 과장된 연기는 오히려 맞습니다. 문제는 빌런으로서의 실질적인 위협감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관객이 기다리게 되는 건 랜디나가 얼마나 무서운가 가 아니라 허치가 언제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가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결말에서 아내 백화가 사냥총으로 랜디나를 쓰러뜨리고, 아버지 데이비드가 폭탄을 터뜨리는 장면은 이 시리즈 특유의 반전 재미를 잘 살렸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강하다'는 공식이 허치 한 명이 아니라 가족 전체로 확장된 셈입니다. 이 부분만큼은 속편으로서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노바디 2》는 전작의 성공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규모만 키운 영화에 가깝습니다.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반응도 이와 비슷합니다. 전작에 비해 신선함은 줄었지만, 밥 오덴커크의 존재감으로 충분히 즐길 만한 속편이라는 평입니다.
결론
《노바디 2》를 다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액션이 아니라 허치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선택하고, 그 폭력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또 그 세계로 돌아갑니다. 어쩌면 허치에게 가장 어려운 싸움은 악당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싸움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작을 재미있게 봤다면 충분히 볼 만하지만, 그보다 훨씬 뛰어난 속편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이 나온다면 더 강한 악당보다 허치 내면의 갈등을 더 깊게 다뤄줬으면 합니다. 그게 이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이 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