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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딘 (셀키 전설, 현실과 판타지, 아일랜드 바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온딘》은 아일랜드 어부가 그물에서 건져 올린 정체불명의 여자를 셀키, 즉 바다표범이 인간으로 변한 존재로 오해하면서 시작됩니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솔직히 좀 황당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틀렸습니다. 셀키 전설과 아일랜드 바다 — 이 영화가 판타지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일반적으로 켈트 신화 기반의 판타지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특수효과와 명확한 세계관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온딘》은 다릅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봤을 때 화면 어디에도 판타지임을 확실히 못 박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여기서 셀키(Selkie)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켈트 민간 설화에 등장하는 존재로, 바다에서는 바다표범의 모습으로 살다가 육지에서는 ..

카테고리 없음 2026. 10. 3. 23:35
차이나타운 영화 리뷰 (여성 누아르, 생존, 쓸모)

2015년 개봉, 제68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 숫자만 보면 그냥 수작 한 편이려니 했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기분 좋은 여운이 아니라 뭔가 찝찝하게 남는 감각. 그게 오히려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 이유였습니다. 버려진 아이와 차이나타운이라는 세계영화는 지하철 보관함 10번에서 시작합니다. 이름조차 그 번호에서 따온 '일영'이라는 아이. 태어나자마자 선택권이 없었던 사람이 흘러들어 간 곳이 차이나타운이고, 그 안에서 배운 생존의 언어는 딱 하나였습니다.쓸모가 있느냐 없느냐.여기서 '누아르(Noir)'라는 장르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누아르란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관 속에서 도덕적으로 모호한 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뜻합니다. 주로 범죄, 폭력, 배..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 22:14
블랙라이트 (내부 음모, 트래비스 블록, 가족과 속죄)

리암 니슨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켰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건 총격전이 아니라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과거의 삶을 내려놓는 것과 총을 내려놓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블랙라이트》는 그 질문을 액션 스릴러의 형식 안에 조용히 밀어 넣은 영화입니다. FBI 내부 음모, 익숙하지만 트래비스 블록이라는 인물이 다르다리암 니슨이 나오는 액션 영화에서 정부 기관 내부의 음모가 등장하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영화를 보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던 건 소재 자체가 아니라 트래비스 블록이라는 캐릭터였습니다.트래비스는 FBI의 비공식 요원(off-the-books operative)입니다. 여기서 비공식 요원이란 조직 내 공식 명부에 이름을..

카테고리 없음 2026. 9. 30. 12:11
영화 노잉 (숫자 예언, 결정론, 운명과 선택)

솔직히 처음엔 그냥 재난 SF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게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그 자체가 저주일까. 《노잉》은 1959년 한 초등학생이 타임캡슐에 넣은 숫자들이 50년 뒤 실제 재난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겉으론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보고 나면 꽤 오래 마음에 걸리는 작품입니다. 숫자 예언과 결정론, 이 영화가 던지는 진짜 질문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뺏긴 건 숫자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그 숫자를 발견한 존 코슬러가 처음에 보이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는 MIT 천체물리학 교수로, 과학적 방법론에 익숙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 장의 종이 앞에서 점점 흔들리는 모습이..

카테고리 없음 2026. 9. 29. 12:37
다크랜드 리뷰 (복수심리, 자기파괴, 덴마크누아르)

솔직히 저는 《다크랜드》를 처음 볼 때 그냥 시원한 복수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이 범인을 하나씩 쓰러뜨리는, 예측 가능한 흐름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떠오른 건 액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복수를 완성한 사람이 결국 어떤 얼굴로 남는가, 그 물음이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의사가 어둠으로 내려가기까지《다크랜드》의 출발점은 구조적으로 단순합니다. 성공한 심장외과 의사 자이드는 안정적인 직업과 임신한 아내, 그리고 자신이 쌓아온 삶이 있는 사람입니다. 범죄 세계와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죠.그런데 동생 야신이 찾아옵니다. 범죄 조직에 얽혀 은행을 털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야신은 형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자이드는 거절합니다. 그리고 ..

카테고리 없음 2026. 9. 26. 23:02
베이 오브 사일런스 (부부의 신뢰, 조현병, 반전 스릴러)

보다가 중간에 잠깐 멈추고 "이거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건가?" 싶었던 영화가 있습니다. 《베이 오브 사일런스》가 딱 그랬습니다.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사라진다는 설정만 보고 가볍게 틀었다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결국 끝까지 붙잡혀 버렸습니다. 단순한 실종 스릴러라고 부르기엔 이 영화가 품고 있는 것들이 좀 더 무겁습니다. 부부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무엇이 남을까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불편함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낯선 사람에게 느끼는 공포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게 될 때 찾아오는 그 묘한 불편함이었습니다. 윌은 아내 로잘린드와 함께 이탈리아의 사일런스만에서 청혼을 하고, 그곳에서 결혼을 약속합니다. 새집으로 이사를 하고, 쌍둥이를 기다리고 있었습..

카테고리 없음 2026. 9. 2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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