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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니슨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켰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건 총격전이 아니라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과거의 삶을 내려놓는 것과 총을 내려놓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블랙라이트》는 그 질문을 액션 스릴러의 형식 안에 조용히 밀어 넣은 영화입니다.

FBI 내부 음모, 익숙하지만 트래비스 블록이라는 인물이 다르다
리암 니슨이 나오는 액션 영화에서 정부 기관 내부의 음모가 등장하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영화를 보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던 건 소재 자체가 아니라 트래비스 블록이라는 캐릭터였습니다.
트래비스는 FBI의 비공식 요원(off-the-books operative)입니다. 여기서 비공식 요원이란 조직 내 공식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움직이는 인물을 뜻합니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해도 조직은 모르는 일이 되고, 성공해도 공로는 남지 않습니다. 트래비스는 수십 년간 그렇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영화의 핵심 갈등은 '오퍼레이션 유니티(Operation Unity)'라는 작전에서 시작됩니다. 이 작전은 FBI가 특정 목적을 위해 무고한 시민을 조직적으로 제거한 작전으로, 내부 고발자 더스틴이 기자 미라에게 이 사실을 폭로하려 하면서 사건이 터집니다. 오퍼레이션이란 개념은 첩보물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쉽게 말해 조직이 비밀리에 수행하는 특수 임무를 뜻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정확히 여기였습니다. 오퍼레이션 유니티라는 설정 자체는 꽤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영화는 이 작전이 왜 시작됐는지, 조직 내부에서 어떤 논리로 정당화됐는지를 깊게 파고들지 않습니다. 출처: 로튼토마토 블랙라이트 페이지에서도 비평가들이 "소재는 있지만 각본이 이를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취지의 평가를 공통적으로 남겼는데, 저도 보면서 그 아쉬움을 똑같이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트래비스라는 인물은 계속 화면에 눈이 갔습니다. 그가 가족에게 집착에 가까운 방식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저는 그게 단순한 과잉보호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위험한 세계에서 오래 살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심리가 행동으로 드러난 것처럼 읽혔습니다.
영화에서 트래비스가 소피아에게 처음에는 요원으로 접근했지만 결국 감정이 생겼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이 짧게 처리되는 게 개인적으로 무척 아쉬웠습니다. 작전(operation)으로 시작된 관계가 진심으로 변하는 과정, 그리고 그 사람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감정이 더 묘사됐다면 영화 전체의 무게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 오퍼레이션 유니티: FBI가 무고한 시민을 제거한 비밀 작전. 영화의 핵심 음모
- 비공식 요원: 공식 명부 밖에서 움직이는 인물로, 트래비스 블록의 정체성
- 내부 고발자 더스틴: 작전의 실체를 폭로하려다 쫓기게 되는 인물
- 기자 미라: 소피아의 죽음을 취재하다 음모의 핵심에 다가서는 인물
가족과 속죄, 그리고 리암 니슨 영화에서만 느끼는 무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족 이야기가 또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트래비스가 손녀와 함께 있는 장면들에서는 그냥 넘기기 어려운 감정이 있었습니다.
트래비스는 현장에서 냉정합니다. 요원들을 제압하고, 상황을 통제하고, 자신을 제거하러 온 사람들을 이미 예측하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가족 앞에서는 오히려 서툽니다. 손녀를 데리러 가는 것을 잊고, 딸과의 관계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제 경험상, 위험한 상황에서는 단단해지지만 일상에서는 무너지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들이 생경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리암 니슨의 연기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액션 시퀀스(action sequence)를 중심으로 보면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액션 시퀀스란 영화에서 전투나 추격 같은 동적 장면들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뜻하는데, 《블랙라이트》의 시퀀스들은 새로운 연출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그 무난함이 오히려 트래비스라는 인물과 어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화려하게 적을 무너뜨리는 유형이 아니라 버티고 버텨서 결국 해결하는 유형이니까요.
영화는 트래비스의 딸과 손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장면을 기점으로 방향이 확 바뀝니다. 그전까지는 사건을 수습하는 이야기였다면, 이 순간부터는 복수극에 가까운 흐름으로 전환됩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가 필요한 관객에게는 이 전환이 꽤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카타르시스란 감정이 쌓이다가 특정 장면에서 한 번에 해소되는 감정적 경험을 말하는데, 트래비스가 상관을 찾아가 파일을 요구하며 위협하는 장면이 그 역할을 합니다.
제 경우엔 영화가 끝나고 액션보다 마지막 장면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세상에 알려지고, 트래비스가 가족과 함께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냥 같이 있는 것입니다. 그 장면이 조용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평생 어두운 곳에서 일한 사람이 마지막에 원하는 게 그것이라는 게 어떤 면에서는 너무 당연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너무 늦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출처: IMDb 블랙라이트(2022)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영화는 2022년 개봉작으로 마크 윌리엄스 감독과 리암 니슨이 재조합한 작품인데, 감독과 배우 모두 이 캐릭터의 감정적인 측면보다 장르적 틀을 더 선택한 느낌입니다. 그게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고, 동시에 리암 니슨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는 안심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블랙라이트 영화, 테이큰이랑 비슷한가요?
A. 가족이 위협받고 전직 요원이 나선다는 큰 틀은 비슷합니다. 다만 《테이큰》이 딸을 구하는 구출극에 가깝다면, 《블랙라이트》는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내부 음모를 파헤치는 방향입니다. 액션의 강도는 《테이큰》보다 낮고, 정치적 스릴러 요소가 조금 더 섞여 있습니다.
Q. 오퍼레이션 유니티가 뭔가요? 영화 속 핵심 음모인가요?
A. 네, 영화의 핵심 음모입니다. 오퍼레이션 유니티는 FBI가 특정 목적을 위해 무고한 시민을 조직적으로 제거한 비밀 작전입니다. 내부 고발자 더스틴이 이 사실을 기자 미라에게 폭로하려다 쫓기면서 사건 전체가 시작됩니다. 영화는 이 작전의 배경을 깊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트래비스가 자신이 속한 조직을 의심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Q. 액션이 볼만한가요? 리암 니슨 예전 영화랑 비교하면?
A. 예전처럼 압도적으로 적을 쓸어버리는 방식은 아닙니다. 오히려 힘겹게 버티면서 경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느낌인데, 이게 트래비스라는 캐릭터와는 잘 맞습니다. 차량 추격 장면이 영화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고, 전반적인 액션은 무난한 수준입니다. 극적인 연출보다 캐릭터에 집중하고 싶다면 거슬리지 않습니다.
Q.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A. 네, 열린 결말이 아니라 비교적 명확하게 마무리됩니다. 모든 악행이 세상에 알려지고, 트래비스는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과정에서 트래비스가 총을 쏜 인물이 죽지 않은 채 무사하다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편입니다.
결론
《블랙라이트》를 보고 나서 제가 내린 판단은 이렇습니다. 새로운 것을 기대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고, 리암 니슨이라는 배우의 무게감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볼 만한 영화입니다.
음모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오퍼레이션 유니티라는 설정이 가진 잠재력을 영화가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고, 각본의 깊이도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트래비스 블록이라는 인물이 가진 피로감, 가족 앞에서의 서투름,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뒤늦게 돌아보는 시선은 기억에 남습니다.
정리하면, 이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액션은 총을 들고 적과 싸우는 장면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온 삶을 내려놓는 일이었습니다. 리암 니슨 영화를 처음 보는 분이라면 《테이큰》이나 《논스톱》을 먼저 보시고, 그 이후 이 작품을 보시면 트래비스라는 캐릭터가 조금 더 다르게 읽힐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