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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터 (바르숨, 영웅서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존 카터》를 처음 틀었을 때만 해도 그냥 망한 블록버스터 하나 때우는 기분이었는데, 다 보고 나니 머릿속에서 이상하게 자꾸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1912년에 쓰인 소설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SF 설정의 뿌리 같은 작품이 이렇게 늦게 도착했다는 게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고전 SF의 원형, 바르숨이라는 세계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였습니다. 공주를 둘러싼 두 세력의 전쟁, 다른 행성으로 넘어간 지구인 영웅, 원주민 부족과의 동맹.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건 《스타워즈》보다도, 《아바타》보다도 훨씬 앞선 시대입니다.원작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Edga..

카테고리 없음 2026. 9. 23. 13:29
언컨셔스 (기억상실, 의심, 케이트 보스워스)

기억을 잃으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게 뭘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게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언컨셔스》는 사고로 모든 기억을 잃은 남자가 자신을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와 한 집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심리스릴러입니다. 케이트 보스워스의 냉정한 연기와 밀폐된 공간이 만들어내는 압박감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기억상실이 공포가 되는 순간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눈을 떴는데 낯선 여자가 당신 아내라고 한다면, 처음에는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언컨셔스》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귀신도, 괴물도 아닌 '내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위협이 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83번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차 앞유리에 머리를 부..

카테고리 없음 2026. 9. 22. 14:36
영화 강릉 (유오성과 장혁, 누아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강릉》을 보기 전에는 그냥 조폭 액션 영화겠거니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머릿속에 남은 건 주먹이 아니라 '낭만'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유오성과 장혁이 만들어낸 두 남자의 충돌은 단순한 세력 싸움이 아니라, 한 시대의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래된 한국형 누아르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불편한 질문을 하나 던지는 영화입니다. 유오성 vs 장혁, 두 캐릭터의 구조적 대립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집중하게 된 건 액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길석과 민석이 같은 화면에 앉아 말을 주고받는 장면들이 오히려 더 긴장됐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인물이라는 게, 대사보다 눈빛과 태도에서 먼저 읽혔습니다. 유오성이 연기한 길석은..

카테고리 없음 2026. 9. 22. 13:20
맞짱의 신 시라소니 (태오, 쌈장, 액션)

한때 충청도 일대를 평정했던 싸움꾼이 바이크 정비사로 살아가다가 다시 주먹을 쥐게 된다는 설정. 《맞짱의 신: 시라소니》를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기대했던 건 주먹질 그 자체보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사람이 결국 돌아가고 마는 순간이었습니다. 보고 나서 예상보다 단순했지만, 그 단순함 안에서 꽤 오래 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싸움을 그만뒀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 태오라는 인물주인공 조태오는 고교 시절 충청도 일대를 주먹으로 제패했던 인물입니다. 지금은 바이크 매장에서 정비사로 일하면서, 싸움과는 거리를 둔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장 현숙을 짝사랑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오히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이런 장르의 주인공이라면 싸움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카테고리 없음 2026. 9. 21. 21:42
킬링 카인드 (캐릭터, 액션 연출, 반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평범한 킬러 액션물로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화려한 총격전이 아니라 안나라는 인물 하나였습니다. 매기 큐, 사무엘 L. 잭슨, 마이클 키튼이라는 조합은 분명히 매력적인데, 영화가 그 재료를 끝까지 소화했는지는 좀 다른 문제였습니다. 킬링 카인드가 선택한 캐릭터 설계 방식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설정 자체는 꽤 잘 쌓았구나"였습니다. 어린 시절 베트남에서 가족을 잃고 전설적인 암살자 무디에게 거두어진 안나, 수십 년이 흘러 세계 최고 수준의 청부살인업자가 된 그녀가 스승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안나와 무디의 관계가 단순한 사제 관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걸 영화계 용어로 서로..

카테고리 없음 2026. 9. 21. 13:26
칸다하 (CIA요원, 탈출액션, 관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가 나온다길래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총격전이 이어지는 영화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칸다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CIA 비밀요원의 신분이 전 세계에 노출되고, 아프가니스탄 한복판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 화려한 액션보다 '이 사람이 정말 살아 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CIA 요원의 신분 노출, 왜 이렇게까지 치명적인가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은 처음부터 이미 불리한 싸움을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초반 CIA 요원 톰 해리스는 이란 케이블 기술자로 위장해 지하 핵시설에 침투합니다. 여기서 '로우 비저빌리티(Low Visibility) 요원'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카테고리 없음 2026. 9. 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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