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가 나온다길래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총격전이 이어지는 영화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칸다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CIA 비밀요원의 신분이 전 세계에 노출되고, 아프가니스탄 한복판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 화려한 액션보다 '이 사람이 정말 살아 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CIA 요원의 신분 노출, 왜 이렇게까지 치명적인가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은 처음부터 이미 불리한 싸움을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초반 CIA 요원 톰 해리스는 이란 케이블 기술자로 위장해 지하 핵시설에 침투합니다. 여기서 '로우 비저빌리티(Low Visibility) 요원'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핵미사일 16기가 미국 도시를 향해 날아오는데, 이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이라면? 넷플릭스 영화 《인터셉터》는 그 황당해 보이는 전제를 아주 좁은 공간 안에 밀어 넣고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제가 처음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98분이 지나고 나서 예상보다 훨씬 오래 머릿속에 남는 질문을 하나 가지고 나왔습니다. 제한 공간이 오히려 긴장감을 만든다보통 핵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면 전투기가 하늘을 가르고, 작전실에서 수십 명이 동시에 뛰어다니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인터셉터》는 정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알래스카 기지가 함락되고,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소규모 요격 기지 하나만 남은 상황에서 이야기는 거의 그 기지 안에서만 진행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있습니다. 영..
액션 영화에서 배경이 넓을수록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셨다면, 이 영화가 그 생각을 조용히 뒤집습니다. 《스페셜 시큐리티: 라스트 미션》은 불 꺼진 쇼핑몰 하나를 무대로 두 시간 가까이 긴장감을 끌어갑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만 해도 '별거 있겠어'라는 마음이었는데, 끝나고 나서는 예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숨겨진 과거 — 에디라는 인물이 만들어지는 방식전직 특수부대원(Special Forces veteran)이라는 설정은 액션 영화에서 이미 수없이 쓰인 클리셰입니다. 여기서 특수부대원이란 일반 군인과 달리 고강도 전투, 정보 작전, 근접전투(CQB, Close Quarters Battle) 등 극한 상황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군인을 말합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주인공은 대개 처..
누군가에게 쫓긴다면 제일 먼저 경찰서로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영화 《캅샵》을 보고 나서 그 믿음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전쟁터가 되는 상황, 이 영화는 바로 그 아이러니 하나로 시작해서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밀실 긴장감 — 경찰서라는 공간이 만드는 압박영화를 보기 전에는 제라드 버틀러와 프랭크 그릴로가 도심을 누비며 총격전을 벌이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이야기의 대부분이 작은 소도시 경찰서 안에서만 진행됩니다. 처음엔 '이게 좀 답답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캅샵》이 택한 전략은 밀실 스릴러(Closed-Space Thriller)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