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리미트》를 보기 전까지 이정현이 '생활감 있는 경찰'을 연기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동 유괴를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라는 정보만 알고 들어갔다가,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절박한 감정에 끌려다녔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긴장감보다 답답함이 더 크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진짜 힘이었습니다. 모성애가 범죄 수사를 집어삼킨 순간《리미트》는 아동 연쇄 유괴사건을 중심에 놓은 범죄 스릴러입니다. 생활안전과 경찰 소원은 피해자 엄마 연주의 현장 대역(Decoy Operation)으로 수사에 투입됩니다. 여기서 현장 대역이란 실제 피해자 가족 대신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범인과 직접 접촉하는 수사 기법을 말합니다. 소원에게는 과거 동일한 작전..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슬퍼할 틈도 없이 그 사람의 비밀을 혼자 파헤쳐야 한다면 어떨까요. 러시아 스릴러 《모탈 어페어》를 보고 난 뒤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연인의 죽음, 위작 범죄 조직,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도주. 예상보다 훨씬 묵직하게 남는 영화였습니다. 연인의 죽음 — 슬퍼할 시간도 없이 시작된 도주저는 원래 범죄 스릴러를 고를 때 '주인공이 얼마나 강한가'를 먼저 봅니다. 그런데 《모탈 어페어》의 주인공 샤샤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진작가로 살아가며 약혼자 안드레이와 평범하게 미래를 꿈꾸던 여성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됩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이 영화의 첫 5분이 꽤 잔인합니다. 슬픔을 받아들일 틈 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악한 사람은 처음부터 눈에 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딘가 이상하고, 말이 앞뒤가 안 맞고, 주변 사람들이 다 꺼려하는 그런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악의 도시》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오히려 말이 너무 잘 통하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꽤 불편하게 보여줍니다. 친절한 얼굴 뒤에 숨은 소시오패스, 선의라는 인물영선의가 무서운 건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골라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유정이 그를 의심하지 못했던 것도 이해가 됐습니다. 저 역시 초반에는 몇 번이나 “정말 저 사람이 범인인가?” 하고..
영화 제목만 보고 극장에 갔을 때, 흔한 첩보 액션물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 스스로 감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자의 이야기. 《비밀정보원: 인 더 프리즌》은 그 아이러니 하나만으로도 관객을 계속 붙들어 놓는 묵직한 범죄 스릴러입니다. 아이러니 : 감옥 밖에서도 그는 이미 갇혀 있었다제가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도입부 10분은 좀 버거웠습니다. FBI 요원 윌슨, 폴란드 갱단 보이테크, 클리메크, 그리고 주인공 피트 코슬로까지. 인물 관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데 이걸 다 따라가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구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오히려 그 복잡함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피트는 훈장까지 받은 특수부대(Speci..
처음에 '맨해튼의 다리 21개를 다 막는다'는 설정을 들었을 때, 그냥 스케일만 큰 액션 영화겠거니 했거든요.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99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경찰 8명이 하룻밤 사이에 살해당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범인을 쫓는 이야기가 어느 순간 '누가 진짜 적인가'라는 질문으로 뒤바뀌는 영화였습니다. 맨해튼이 섬이 된 밤 — 이 설정 하나가 전부를 바꿨다제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이 설정을 누가 생각해 냈을까'였습니다. 뉴욕 맨해튼으로 연결된 다리와 터널이 실제로 21개라는 사실을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그 숫자가 그냥 제목이 아니라 실제 도시 구조를 그대로 쓴 거라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건의 발단은 단순해 보입니다. 브루클린의 와인 창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