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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말만 믿고 극장 좌석에 앉았는데, 전반 한 시간은 나홍진 감독 특유의 긴장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고, 후반부에서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엔딩 이후로도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게 감동 때문인지 황당함 때문인지 한동안 구분이 안 됐습니다.
제작비와 크리처물 사이, 이 영화의 실체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약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에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까지 합류한 초대형 캐스팅에,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사실이 개봉 전부터 화제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진 것도 솔직히 그 숫자 때문이었습니다.
배경은 1970~80년대 비무장지대 인근의 가상 마을 '호포항'입니다. 영화는 마을 한복판에서 소가 죽어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황정민이 연기하는 경찰관이 원인을 파악하려 움직이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장르 구분이 흥미로운데, 이 영화는 단순한 크리처물(creature feature)로 보기 어렵습니다. 크리처물이란 괴물이나 미지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워 공포와 긴장을 이끌어내는 장르를 말합니다만, 《호프》는 전반부 한 시간 동안 외계 존재를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과정, 인간끼리 의심하고 무너지는 방식을 집중적으로 그립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그 전반부만큼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와 《황해》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혼돈 시퀀스, 즉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관객을 사건 한가운데 내팽개치는 방식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습니다. 외계인이 나올 걸 이미 알면서도 언제 나오나 조마조마했으니까요.
문제는 예고편이었습니다. 제가 개봉 전에 한국판·해외판·메인 예고편까지 다 챙겨봤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실수였습니다. 외계 존재의 비주얼이 예고편에서 이미 충분히 노출된 탓에, 영화가 한 시간 동안 정성껏 쌓아놓은 긴장감이 상당 부분 희석됐습니다. 기생충의 예고편이 영화 내용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과 정반대였습니다.
- 배경: 1970~80년대 비무장지대 인근 가상 마을 '호포항'
- 장르: SF·스릴러·액션·크리처물 복합 구성
- 주요 출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 러닝타임: 156분
- 특징: 전반 60분은 인간 드라마, 후반부에서 SF 크리처물로 전환
참고로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상업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통상 제작비의 2.5~3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역대 최고 제작비를 쏟아부은 《호프》가 어떤 흥행 결과를 낼지는, 사실 영화 자체만큼이나 업계의 관심사입니다.
엔딩 논란, 그리고 제가 느낀 것
커뮤니티와 시사회 반응이 갈리는 핵심 지점은 단연 엔딩입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고 나서 솔직히 말하면, 마지막 장면에서 저도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거대한 우주선이 하강하고, 외계 존재들이 자막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황정민이 "그냥 마음이 이상해서 그래"라는 대사를 끝으로 영화가 닫힙니다.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면 황당하고, 이게 시리즈의 시작점이라고 이해하면 또 달리 보입니다.
나홍진 감독이 과거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듯, 이 영화는 완결된 단편 서사가 아니라 더 큰 세계관의 첫 장에 해당합니다. 세계관(universe)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넘어 여러 작품이 공유하는 설정과 규칙의 총합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호프》 한 편으로는 모든 답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한국 영화 《외계인》 시리즈와 매우 유사한 방식입니다. 1편은 물음표로 끝내고 2편에서 확장하는 구성인데, 문제는 1편의 흥행이 2편 제작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오픈 엔딩(open ending), 즉 결말을 명확히 맺지 않고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열어두는 구성은 관객의 사전 기대치에 따라 평가가 극단으로 갈립니다. 완결된 이야기를 기대하고 간 관객에게는 배신감으로 느껴지고,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간 관객에게는 궁금증을 남기는 장치로 받아들여집니다. 저는 SF와 외계인 소재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라 영화를 재미있게 봤지만, 엔딩 하나가 영화 전체의 인상을 흐릴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연출 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몇몇 장면은 분명 유머를 의도했는데 극장 분위기가 조용했고, 조인성 캐릭터가 외계인의 강력한 타격을 여러 차례 맞고도 멀쩡히 일어서는 장면은 서사적 개연성(narrative plausibility), 즉 관객이 이야기 속 사건을 현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복선도 일부 회수되지 않았는데, 작중에 등장한 바주카포가 마지막에 쓰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냥 넘어갔습니다. 이런 미완의 요소들이 후속편 떡밥인지, 편집 과정의 생략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영화 평론 측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는 크리처물 장르의 핵심 요소로 '미지의 존재에 대한 지속적 불확실성 유지'를 꼽는데(출처: American Film Institute), 《호프》는 전반부에서는 이 원칙을 충실히 따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외계 존재를 직접 노출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긴장감이 분산됩니다. 제 경우엔 그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이 정확히 느껴졌는데, 후반부 추격 시퀀스가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오히려 몰입이 끊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프 예고편을 보고 가도 괜찮나요?
A. 제가 직접 봤는데, 예고편을 미리 본 것이 꽤 아쉬웠습니다. 외계 존재의 비주얼이 이미 공개돼 있어서 전반부의 긴장감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습니다. 가능하면 예고편 없이 극장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좋은 관람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Q. 엔딩이 열린 결말인데 2편이 나오긴 하나요?
A. 현재로선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구조라는 점은 알려져 있지만, 후속편 제작 여부는 이 1편의 흥행 결과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 판단으로는 1편이 흥행에 성공해야만 이야기가 완결될 수 있는 구조라 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Q. SF나 외계인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전반부 한 시간은 SF보다 스릴러·미스터리에 가깝기 때문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SF 크리처물 색채가 강해지고, 열린 엔딩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을 좋아하셨다면 전반부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Q. OTT로 나오면 볼 만한 영화인가요?
A. 시사회 반응 중 OTT로 나오면 충분히 볼 만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제가 보기에도 그 평가가 완전히 틀리진 않습니다. 크리처물 특유의 스케일을 극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엔딩 논란을 감안하면 OTT에서 부담 없이 보는 선택도 합리적입니다.
결론
《호프》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거대한 외계 존재도, 화려한 액션 시퀀스도 아니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가였습니다. 사실 저도 그 상황에 놓인다면 끝까지 다른 사람을 챙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이 답답하면서도 납득이 됐습니다.
정리하면, 나홍진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살아 있는 전반부는 분명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오픈 엔딩 구조와 일부 개연성 부족은 호불호를 크게 가릅니다. SF와 크리처물을 좋아하신다면 극장에서, 완결된 이야기를 선호하신다면 OTT 공개 이후 2편 계획이 확정됐을 때 보시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재미있게 봤지만, 모든 분께 선뜻 권하기 어려운 영화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