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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Y 리뷰 (두 여자, 범죄, 벼랑 끝)

와인마신곰탱이 2026. 8. 21. 23:15

목차


    저는 한소희와 전종서의 이름만 믿고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제가 두 시간 동안 따라간 건 화려한 캐스팅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선 두 여자의 숨소리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프로젝트 Y》는 금괴와 검은돈을 둘러싼 범죄 영화인데,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범죄 장면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붙잡던 순간이 더 오래 남습니다.

     

    꽃집 직원과 배달 기사, 그 절박함의 온도

    영화는 처음부터 두 주인공을 아주 낮은 자리에서 보여줍니다. 미선(한소희)은 낮에는 꽃집 직원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유흥업소 에이스로 뛰는 이중생활을 합니다. 도경(전종서)은 오토바이로 불법 배달을 돌리며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처음 이 설정을 봤을 때 저는 단순히 "밑바닥 인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코드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따라가다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원하는 건 엄청난 부(富)가 아닙니다. 미선은 "이제는 밤에 자고 낮에 일하고 싶다"라고 말하고, 도경은 돈이 생기면 배낭여행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 대사들이 제 경험상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거창한 꿈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면 당연히 누리는 것들을 원한다는 것, 그런데 그게 이들에게는 너무 멀다는 것.

     

    사건의 발단은 승부조작입니다. 국내 스포츠계에서 실제로 반복되어 온 범죄 유형으로, 이 영화에서는 농구 경기를 중심으로 이 구조를 정교하게 배치합니다. 토사장이라는 인물이 농구 감독과 손잡고 베팅 판을 짜고, 그 판에 미선과 도경이 재산을 날리면서 이야기가 급격히 꼬여갑니다. 제가 직접 보니 이 전개가 단순히 '사기당하는 장면'이 아니라 이들이 왜 불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하는 과정으로 기능합니다.

     

    이환 감독의 전작인 《박화영》(2018)과 《어른들은 몰라요》(2020)를 떠올리면 이번 작품의 맥락이 좀 더 선명해집니다. 그는 일관되게 제도 바깥에 놓인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뤄왔습니다. 《프로젝트 Y》는 그 연장선에서 범죄 장르의 형식을 빌려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센 여자 둘이 나오는 범죄 영화'로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 사람들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는 계속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두 배우의 호흡, 그리고 이 영화가 진짜 묻는 것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사실 범죄 플롯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입니다. 미선은 강해 보이는 인물인데 내면은 누구보다 불안하고, 도경은 거칠게 굴면서도 순간순간 무너집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에게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함께 있으면 일이 더 꼬이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 다른 방향을 봅니다.

     

    한소희와 전종서의 연기 밸런스는 여러 면에서 이 영화의 핵심 자산입니다. 이상하게 두 배우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화면의 밀도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한소희가 감정을 눌러놓고 연기한다면 전종서는 그걸 밖으로 터뜨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둘이 같이 있을 때 이상하게 눈을 떼기 어려웠습니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사실 처음과 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큰 사건 하나로 완전히 바뀌지 않습니다. 그냥 조금 더 단단해지거나, 조금 더 지쳐있거나. 미선과 도경이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그래서 조용하게 남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 경우엔 중반 이후 긴장감이 앞부분보다 약해진다고 느꼈는데, 미선과 도경을 압박하는 반대편 인물들의 존재감이 기대만큼 두텁지 않은 탓이 컸습니다. 토사장과 황소라는 악역 구도는 설정 자체는 탄탄한데,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체감시켜 주는 장면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이 있고 저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클라이맥스의 베팅 역전 시퀀스가 주는 쾌감이 조금 덜 증폭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프로젝트 Y》는 단순히 "센 여자"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여자들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습니다.

     

    결론

    《프로젝트 Y》를 보고 나오면서 금괴가 얼마였는지, 베팅판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생각보다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기억에 남은 건 미선과 도경이 서로를 바라보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둘 다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점점 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물론 영화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중반부터는 조금 늘어지는 느낌도 있었고, 악역들이 더 무서운 사람으로 느껴졌다면 마지막의 긴장감도 훨씬 컸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의 관계만큼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한소희와 전종서가 나온다는 이유로 영화를 봤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배우의 이름보다 미선과 도경이라는 두 사람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마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그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청난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끝까지 발버둥 치는 이야기.

     

    《프로젝트 Y》는 결국 금괴를 훔치는 영화라기보다, 두 사람이 자기 인생을 훔쳐오려고 하는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