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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젠틀맨》을 보기 전까지 주지훈과 박성웅이 나오는 영화라면 당연히 무게감 있는 범죄 스릴러일 거라 단정했습니다. 근데 막상 틀렸습니다. 2022년 12월 개봉한 김경원 감독의 이 작품은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검사 행세를 하며 로펌 대표 권도훈의 거대한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통쾌하게 흘러갑니다. 무겁게 눌리는 대신 보는 내내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주지훈과 박성웅, 전혀 다른 방식으로 완성한 《젠틀맨》의 두 얼굴
주지훈이 연기한 지현수는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당황하지 않는 흥신소 사장입니다. 검사 사칭이라는 황당한 일을 벌이면서도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풀어나갑니다.
반면 권도훈은 정반대입니다. 큰소리를 치거나 과하게 위협하지 않아도 차분한 말투와 태도만으로 상대를 압박합니다. 겉으로는 품위 있는 로펌 대표지만 뒤에서는 주가 조작과 로비를 서슴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현실적인 불쾌함이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결국 힘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지현수가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상대를 흔든다면 권도훈은 지위와 권력으로 사람을 움직입니다. 저는 이 대비가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여기에 원칙을 중시하는 검사 김화진까지 합류하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세 사람이 하나의 사건을 쫓는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젠틀맨》은 깊이 있는 범죄 스릴러라기보다는 배우들의 캐릭터와 통쾌한 전개에 더 집중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복잡한 추리나 치밀한 반전을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지만, 주지훈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박성웅의 차가운 악역 연기를 보는 재미만큼은 분명합니다. 저에게는 두 배우가 서로 정반대의 방식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현수와 김화진의 합동 수사, 서로 다른 사람이 손잡는 재미
《젠틀맨》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영리한 구도는 지현수와 김화진의 조합입니다. 최성은이 연기한 김화진은 검사들의 검사라 불릴 만큼 원칙을 고수하는 인물입니다. 권도훈 관련 사건을 파헤치다 좌천까지 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가짜 검사인 지현수와 합동 수사팀을 꾸립니다. 합동 수사팀이란, 서로 다른 목적이나 소속을 가진 인물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일시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움직이는 구조를 말합니다. 범죄 오락영화에서 이 구도가 자주 쓰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성격과 방식이 다른 인물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마찰과 긴장이 생기고, 그것이 이야기의 활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현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과감하게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검사 사칭, 컴퓨터 해킹, 중앙지검장 비서에게 접근한 일정표 확보까지 하나같이 적법한 방식이 아닙니다. 반면 김화진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이 두 사람이 계속 부딪히면서도 권도훈이라는 공통의 적 앞에서는 손을 놓지 못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최성은은 주지훈과 박성웅 사이에서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해냈습니다. 김화진은 단순히 두 남성 캐릭터를 보조하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밀어붙이는 인물이었습니다. 세 배우가 한 장면에 모였을 때 각자의 에너지가 다르게 느껴졌고, 그게 영화를 단조롭지 않게 만드는 힘이 됐습니다.
참고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젠틀맨》은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약 22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대형 흥행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후 웨이브 공개를 통해 다시 주목받았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복수극의 반전 구조, 깊이보다 통쾌함을 택한 영화
《젠틀맨》이 단순한 납치 사건 해결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은 후반부에서야 드러납니다. 지현수의 모든 행동, 즉 검사 사칭, 해킹, 수사 정보 확보가 사실 권도훈의 계좌를 털어버리기 위한 복수극의 일부였다는 것입니다. 과거 500억 규모의 주가 조작 사건으로 전 재산과 아내를 잃은 포장마차 아저씨의 복수 계획이 배후에 있었고, 지현수 일행은 이 계획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반전의 충격이 크다기보다는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수긍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전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구조였고, 범죄 스릴러로서 치밀한 설계를 기대하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목표로 하는 것이 치밀한 추리극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권도훈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그가 실성하며 무너지는 장면, 이어서 주가 조작·뇌물·납치·성매매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다시 체포되는 결말은 그 자체로 충분히 통쾌했습니다. 관객평을 분석한 씨네 21의 리뷰 평균 점수에서도 "쾌감"과 "배우"를 긍정 키워드로 꼽은 반응이 많았습니다(출처: 씨네 21). 제 경험상 이런 영화는 머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손해고, 흐름에 몸을 맡기면 생각보다 잘 빠져드는 장르입니다.
결론
《젠틀맨》은 제목처럼 세련된 범죄 스릴러를 기대하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꽤 가벼운 오락영화의 성격이 강합니다.
주지훈의 능청스러운 지현수, 박성웅의 차갑고 여유로운 권도훈, 최성은의 직선적인 김화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딪히면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특히 저는 주지훈과 박성웅의 대비가 가장 좋았습니다. 지현수가 위기 속에서도 웃으며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사람이라면, 권도훈은 웃는 얼굴로 상대를 중지에 몰아넣는 사람입니다. 같은 여유라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치밀한 범죄 스릴러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긴장하면서 통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젠틀맨》은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저에게 이 영화는 "잘 만든 범죄영화"라기보다는 "배우들의 캐릭터를 따라가며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영화"에 더 가까웠습니다. 완벽하게 촘촘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