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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시티 리뷰 (배경, 복수극, 앨런 리치슨)

와인마신곰탱이 2026. 8. 29. 21:45

목차


    존 밀러는 결혼 증명서를 발급받으러 가던 날 체포됩니다. 트렁크에서 발견된 대량의 마약은 그가 심은 게 아니었습니다. 25년형. 저는 이 설정을 보는 순간 영화 내내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억울함 때문이 아니라, 그가 원래 원했던 게 너무 평범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디트로이트, 왜 하필 이 배경이었을까요

    《모터시티》의 배경은 1970년대 디트로이트입니다. 단순한 시대적 장치가 아닙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이 도시 자체가 밀러라는 인물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디트로이트는 당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 쇠퇴와 빈부격차, 부패가 공존하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 디트로이트는 범죄율 급등과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치안 불안 지역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History.com). 공권력 부패가 단순한 설정 장치가 아니라 실제 그 시대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영화는 이 도시의 질감을 상당히 꼼꼼하게 재현합니다. 낡은 자동차, 어두운 가로등, 오래된 공장 풍경. 저는 이 분위기가 처음에는 그냥 연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이 투박한 질감 자체가 밀러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아르(noir), 즉 어둡고 비도덕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한 범죄 장르 특유의 미학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여기서 누아르란 인물이 선악의 경계 어딘가에 서 있고, 배경 자체가 부패와 불신으로 가득 찬 세계를 의미합니다. 밀러는 그 안에서 유일하게 억울한 사람으로 등장하는데, 그 대비가 꽤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배경 선택은 단순히 '레트로 감성'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패 경찰과 손잡은 레이놀즈의 음모가 아무런 제지 없이 통할 수 있는 시대와 공간이어야 했기 때문에, 이 설정이 이야기 전체의 설득력을 뒷받침합니다.

     

    이 복수극, 정말 통쾌하기만 한 걸까요

    저는 처음에 《모터시티》를 그냥 출소 후 복수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보고 나서 한동안 묘하게 씁쓸한 기분이 남았는데, 그 이유를 한참 생각했습니다.

     

    밀러를 감옥에 보낸 것은 레이놀즈입니다. 그는 소피아의 전 남자친구이자 밀러의 옛 친구였습니다. 부패 경찰과 공모해 밀러의 차 트렁크에 마약을 심고, 그 결과 밀러는 25년형을 선고받습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소피아는 점차 레이놀즈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 밀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이 모두 사라져 버립니다.

     

    《모터시티》는 분명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밀러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장면에서 제 경험상 이건 꽤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수를 끝내도 25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영화는 이 부분을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밀러는 자신의 감정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그냥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 침묵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복수를 실행에 옮기지만 레이놀즈는 또 달아나고, 40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이 구조가 단순한 통쾌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제가 밀러에게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강함이 아니라 허무함이었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두렵지 않습니다. 두렵다기보다 그냥 안타깝습니다.

     

    앨런 리치슨의 밀러, 리처와 무엇이 다른가요

    앨런 리치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분들이 《리처》의 잭 리처를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사실 처음 밀러를 봤을 때 "또 리처 아닌가"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달랐습니다. 잭 리처는 애초에 시스템 바깥에 있는 인물입니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며,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움직입니다. 쉽게 말해 부서지지 않는 기계처럼 보입니다.

     

    밀러는 다릅니다. 그는 감옥에 가기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노동자였습니다. 은퇴 후 공장에서 조용히 일하며 살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누명을 쓰고 수십 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이미 부서진 사람입니다.

     

    직접 두 캐릭터를 비교해 봤는데, 밀러의 액션이 리처보다 훨씬 더 감정적으로 보입니다. 리처의 싸움이 정밀하다면, 밀러의 싸움은 거칩니다. 그 거칠함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앨런 리치슨의 체격과 묵직한 움직임은 두 역할 모두에 잘 맞지만, 밀러에게는 그 물리적 존재감 뒤에 상처가 보입니다. 저는 이런 캐릭터가 그냥 강한 사람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모스 부호(Morse code)를 이용해 외부 동료와 탈옥 계획을 전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모스 부호란 점과 선의 조합으로 문자를 전달하는 통신 방식으로, 감시받는 환경에서 비밀리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실제 역사적으로도 활용된 바 있습니다. 이 장면이 밀러가 단순히 힘만 센 사람이 아니라, 냉정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라는 것도 보여줍니다.

     

    결론

    《모터시티》를 다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장면은 밀러가 누군가를 때리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혼자 있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 장면들이 유독 쓸쓸하게 느껴진 이유는, 그가 애초에 이런 사람이 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복수극으로서의 쾌감은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잃어버린 인생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나쁜 놈 혼내주는 영화"가 아니라, 한 사람이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시면서 조금 더 묵직한 여운을 원하신다면 충분히 볼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