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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금고털이, 국정농단, 코믹범죄, 반)

와인마신곰탱이 2026. 9. 3. 00:12

목차


    금고를 털었는데 돈이 아니라 나라의 비밀이 쏟아진다면 어떨까요. 2018년 개봉한 영화 《게이트》는 딱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정려원, 임창정, 정상훈, 이문식이 한 화면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참 아까운 영화다"라는 말이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재밌는데 아쉽고, 아쉬운데 또 생각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금고털이 영화인 줄 알았는데, 판이 이렇게까지 커진다고?

    영화 초반만 보면 전형적인 범죄 코미디처럼 보입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고, 한탕을 노리고, 어쩌다 보니 사건에 휘말립니다. 처음에는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것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반부터 이야기가 조금씩 커집니다. 소원(정려원)의 동생 미해가 악질 사채업자에게 큰 빚을 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알고 보니 그 사채업자 역시 더 큰 권력 뒤에서 움직이는 인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움직이며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금고를 털려고 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거대한 권력의 비밀을 건드리게 됩니다. 작은 범죄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국가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커지는 구조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부분은 바로 이 과정이었습니다. 기억을 잃은 전직 검사 규철(임창정), 전설적인 대도 장춘(이문식), 빚에 몰린 소원 자매, 해커까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씩 엮이면서 결국 한 팀처럼 움직이게 됩니다. 특히 이 사람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팀이 아니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능력이 부족하고, 누군가는 욕심이 많고, 누군가는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어쩌다 보니 거대한 사건을 상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보는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이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캐릭터 하나하나만 보면 재미있는데,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 충분히 집중하기도 전에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몇 번이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캐릭터 이야기를 조금만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배우들이 부족한 게 아니라 오히려 배우들이 가진 재미를 각본이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게이트》국정농단 풍자라는 소재, 그때는 더 통쾌했을까

    《게이트》를 이야기하면서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2018년은 2016~2017년 대한민국을 크게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비선실세와 비자금, 권력층의 비리를 다루는 방식도 당시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일 재미있는 건 그걸 무겁게 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거대한 권력층의 금고를 턴다는 설정 자체가 일종의 대리만족처럼 느껴집니다. 현실에서는 힘없는 사람이 권력자를 상대로 뭔가를 해내기가 쉽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반대로 평범한 사람들이 권력자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버립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당시 관객들이라면 지금보다 더 통쾌하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지금 다시 보면 풍자가 생각보다 날카롭지는 않습니다. 소재 자체는 굉장히 강합니다. 비선실세가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움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그 돈을 뒤쫓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이 소재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조금 더 독하게 풍자를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고, 반대로 아예 코미디에 집중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게이트》는 그 중간쯤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웃기는 하는데, 웃고 나서 "와, 정말 제대로 풍자했다"라는 느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현실을 생각하면 영화가 왜 이런 이야기를 선택했는지는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현실에서 이미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영화에서는 잠시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권력자에게 한 방 먹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믹 연기의 티키타카, 배우들은 아깝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게이트》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정려원, 임창정, 정상훈, 이문식처럼 각자 자기만의 색깔이 강한 배우들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장면에서는 확실히 재미가 있습니다.

     

    임창정이 연기한 규철은 기억을 잃은 전직 검사라는 설정부터 상당히 독특합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따지면 황당한 부분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임창정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들어가면서 그 허술함 자체가 캐릭터의 매력처럼 느껴졌습니다. 진지한 얼굴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오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정려원이 연기한 소원은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든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하는 사람인데 계속 일이 꼬입니다. 결국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선택까지 하게 됩니다. 저는 소원이 마냥 웃긴 캐릭터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돈 때문에 범죄에 발을 들이는 과정도 단순히 "나쁜 짓을 한다"라고 보기보다는, 계속 벼랑 끝으로 몰리다 보니 결국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문식이 연기한 장춘도 상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전에는 이름을 날렸던 대도지만 지금은 세월이 많이 지난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다시 사건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약간의 짠함과 웃음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문제는 이 재미있는 배우들을 한꺼번에 데려다 놓고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순간에는 재미있는데, 그 장면이 끝나면 금방 다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들의 호흡을 조금 더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런 코미디 영화는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데, 《게이트》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그걸 끝까지 끓이지 못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배우들에게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이 배우들로 조금 더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말의 반전, 그리고 이 영화가 남긴 것

    후반부로 넘어가면 영화는 여러 반전을 빠르게 쌓아갑니다. 규철이 잃었던 기억을 되찾는 과정부터 신발 밑창에 숨겨진 USB, 장춘의 움직임까지 여러 사건이 한꺼번에 연결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처음부터 이것까지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장춘이 조사장을 역으로 이용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꽤 통쾌했습니다. 돈에 눈이 먼 사람이 결국 그 돈 때문에 함정에 빠진다는 구조가 단순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장면에서는 《게이트》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가 확실하게 보입니다. 거창한 사회 비판보다는 악당들이 당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영화입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현실성은 점점 멀어집니다. 결국 오합지졸처럼 모였던 사람들이 엄청난 돈을 손에 넣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결말을 보면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장면에서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이 영화가 처음부터 현실적인 범죄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니까요. 말도 안 되는 결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웃고 넘어가게 됩니다.

     

    오히려 저는 그게 《게이트》의 장점이자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이는데, 그냥 코미디로 받아들이면 또 나름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너무 진지하게 보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고, "그냥 한바탕 웃어보자"는 마음으로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입니다.

     

    결론

    《게이트》는 잘 만든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소재는 재미있고 배우들도 좋습니다. 캐릭터도 하나씩 뜯어보면 매력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좋은 재료들이 영화 전체에서는 제대로 하나로 뭉쳐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재미없었다"보다는 "아쉽다"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도 결국 하나였습니다. "조금만 더 과감했으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국정농단과 비선실세라는 당시의 강한 현실 소재를 가지고 있었고, 정려원·임창정·이문식처럼 코미디에 강한 배우들도 모였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좋은 재료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게이트》가 완전히 기억에서 사라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거대한 권력의 뒤를 쫓고, 결국 그들의 금고를 털어버린다는 설정 자체가 여전히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 배우들로 조금 더 잘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남는다는 것. 어쩌면 제가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그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완성도는 아쉽지만, 아쉬워서 오히려 한 번 더 생각나는 영화. 저에게 《게이트》는 딱 그런 작품이었습니다.